'그런가 보다', '어쩔 수 없지'의 악순환 고리는 직장인들의 자기효능감을 바닥으로 만들고 반복된 무기력에 빠지게 한다. '그런가 보다'는 우리가 상황을 이해하고 인지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이해되지 않지만 상대방과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 생각을 멈추는 상황을 표현하며, '어쩔 수 없지'는 나의 마음과 현실의 상황의 괴리가 크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기 어려워 감정적으로 포기한 상태를 표현한다.
'그런가 보다'라는 말이 나타내는 인지부조화,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이 나타내는 감정부조화에 대해 알아보고 그 해결방안을 찾아보자.
1.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 1919~1989)가 발표한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인지부조화란 둘 이상의 태도 사이 또는 행동과 태도 사이에 개인적으로 불일치하는 점을 지각하는 것을 말한다. 페스팅거와 동료들이 인지부조화 실험을 위해 사이비 종교 집단의 신도들을 관찰한 유명한 일화가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찾아보자.
태도와 태도 또는 행동과 태도가 불일치하는 상태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 사람은 불일치의 간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불일치 최소화 노력 또는 노력하려는 의도를 자기정당화 욕구라고 부른다.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면 사람은 여러가지 적응행위를 통해 부조화 상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행동변화, 태도변화, 부조화 의미 축소, 책임 회피 등이 있다.
조직으로부터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은 경우 ①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였으니 더 이상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행동변화). ② 조직이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며 조직에 대한 긍정적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나의 부정적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화 시킨다(태도변화). ③ 조직에서 근무하며 내가 쌓을 커리어에 비하면 지금은 공정하지 못한 대우는 아무것도 아니다(부조화 의미 축소). 등을 인지부조화 발생과 그에 따른 해소 노력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인지부조화를 해결하려는 상황을 우리는 보통 자기합리화라고 하는데, 자기합리화는 본인이 처한 어려운 상황 또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내면의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한 일종의 자기방어기제이다.
2. 감정부조화(Emotive Dissonance)
러셀 혹실드(Arle Russell Hochschild, 1940~ )는 1983년 감정노동이라는 용어를 처음 학계에서 정의하고 사용하였다. 혹실드는 본인의 실제 감정을 억압하고 전시적 감정으로 고객(상대)을 대하는 형태의 노동을 감정노동으로 정의한다. 이때 실제적 감정은 근로자 스스로가 느끼는 그대로의 감정을 말하며, 전시적 감정은 직무와 조직이 원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적 감정과 전시적 감정이 다르고 분리되어 충돌하게 되는 경우 감정의 부조화가 발생하게 된다.
감정부조화는 감정노동의 강도가 강할수록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 강도는 보통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며, ① 전시적 감정 표현의 빈도 ② 전시적 감정 표현의 지속기간 ③ 업무상 표현해야 하는 감정의 다양성이 그 요소이다.
감정부조화가 발생하면 ① 감정고갈(심리적으로 녹초가 된 상태) ② 비인격성(직무나 직장동료에 무관심하며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상태) ③ 낮은 자기효능감(본인이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감정이 낮아진 상태)이 따라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부조화에 대한 조직 차원의 해소방안은 궁극적으로는 업무환경에서 종업원이 전시적 감정으로 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최근 지나친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이 나온 것도 이 일환이다) 현실적으로는 직원들에게 상담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장기간 휴가제공을 통해 심리적인 회복의 기회를 가지도록 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대두되었던 회복탄력성이라는 용어가 바로 이 감정부조화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여겨져 각광을 받았다.
3. 구조적 문제; 테일러주의와 인적자원관리의 잘못된 만남
테일러(Frederick W. Taylor, 1856~1915)는 과학적 관리법이라는 경영기법을 주장하였으며 동작연구를 통한 작업방법 표준화와 시간연구를 통한 표준작업시간을 결정하고 업무 성과에 따른 차별적 성과급제를 도입하였다. 또한 분업의 원리를 조직에도 적용시켜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관리자가 관련 부서에 배치되는 기능적 직장제도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은 종래의 주먹구구식 기업 경영방식을 전환시켜 효율적 노동력 관리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라는 성과를 가져왔으며 성과급 제도, 직무 연구, 과학적 선발 및 교육훈련 등 현대 인사관리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기법이 테일러를 통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과학적 관리법은 근로자들의 사회적(인간관계 측적), 심리적인 부분이 무시되는 결과를 조장하였으며 기업의 소유주가 조직 구성원을 하나의 인간이 아닌 상품과 같이 매매되는 규격품으로 다루며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착취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이후 테일러주의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느끼는 감정 등 심리적 요인과 의사소통 등에 초점을 둔 메이요(George E. Mayo)의 호손공장에서의 실험 결과에 따라 인간관계론이 등장하였고 메이요의 실험은 이후 직원 간의 인간관계나 심리 등의 중요성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심리학, 행동과학 등의 발현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인간을 기업이 보유한 자원(도구)로 인식하고 기업의 효율성과 성과를 극대화 하려는 생각은 그 명맥을 이어가서 자원기반이론에 도달한다. 바니(J. Barney) 등은 자원기반이론을 통해 기업은 희소하고 가치있으며 모방과 대체가 어려운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을 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가진다고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가치있는 자원은 인적자원이며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자원기반이론은 내가 노동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인재라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론이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취업부터 퇴직까지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이론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경영학의 많은 이론들은 조직 구성원을 도구로써 잘 활용하는 방법(리더십, 동기부여 등)을 경영자에게 가르쳐주며 기업의 조직구조는 구성원들이 부품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만들 수 있도록 구성되어진다.
4. 단순한 해결책은 없다.
구성원을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 인간 존중 경영, 공감경영(우리나라에는 국민공감경영대상도 있다) 등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회사를 다닐 수 있게 한다는 다양한 경영방법론이 공허한 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조직(회사)가 구성원을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이 바뀌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직원 간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도록 사내 카페를 꾸미고 직원들의 동선이 겹치는 곳에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휴식공간을 배치하는 등의 이른바 '공간혁신'과 직원 간 서로 존중하고 칭찬해주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며 조직 구성원의 가치관을 변화시킨다는 이른바 건전한 '조직문화' 형성하기. 이 모든 것들은 조직 내 사람들을 도구로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철저하게 직원 간 상대평가를 하며 성과에 따른 급여차이를 크게 가져가는 기업이 공간을 혁신하고 문화 형성 노력을 한다고 해서 구성원 간의 사회적 관계를 바람직하게 만들 수 있을까?
특정 집단에 속하지 않으면 승진이 힘들고 조직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 기업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아이디어가 샘솟는 팀을 만들 수 있을까?
리더와 조직의 결정에 의문이 많아지면 구성원들은 인지부조화가 오게되며 상급자의 상식적이지 않은 발언과 행위는 하급자의 감정부조화를 발생시킨다. 구성원들이 인지부조화와 감정부조화에 빠지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기업을 즐겁게 오래 다니게 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상황과 의사결정이 상식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예측가능해야 한다. 부조화가 많은 조직은 말그대로 조화롭지 않은 상태가 되며, 다수의 구성원이 이탈하거나 의욕을 잃게 될 것이다.
우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 단순한 결론(직원들이 힘들다. → 상담프로그램 도입)이 아니라 항상 본질을 찾아 노력하고 해결해야한다. 직장인이 직장생활을 하는 본질은 급여 획득과 직무를 통한 자아실현이다.
직장 내 문제는 대부분 구성원의 특성을 고려한 직무부여와 급여체계 개선 그리고 상식적인 리더의 발언과 행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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