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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사노무

직무분석; 우리는 설명서가 필요해요.

by MIR.K 2021.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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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부서의 김미르 대리는 오늘도 연례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신입직원 채용을 위한 직무명세서 작성.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지는 애자일 조직의 직무에 대한 직무분석 및 성과평가에 기반이 되는 직무기술서 작성. 그리고 직무명세서와 직무기술서 작성의 기반이 되는 직무분석 실시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하는 일이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마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일을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들어서일 것이다.

 직무분석은 왜 하는 것일까?

직무 분석 결과는 인사관리 모든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그것은 데이터 분석을 어느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하다.

 직무분석은 직무기술서, 직무명세서를 작성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무기술서와 직무명세서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용어가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경직시키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용어(말)이 먼저인지 생각이 먼저인지에 대해서는 언어학자 또는 뇌과학자들이 앞으로 설명해 나가겠지만, 용어가 우리의 생각의 틀을 정해준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자 각 단어의 정의를 알아보자.

 '직무기술서'란 영어로 Job description이며, 인적자원관리 서적마다 다양한 정의가 있는데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 인사혁신처의 직무분석규정 내 정의를 사용해보자. 직무분석규정 제4조제3호 “직무기술서”란 직위별 주요 업무활동, 성과책임, 직무수행의 난이도 및 직무수행요건 등 직위에 관한 정보를 기술한 문서를 말한다. 사실 인사관리 전공 서적이나 여타 다른 정의와 별 다르지 않다.

 '직무명세서'란 영어로 Job specification이며, 직무에 필요한 종업원의 자격요건 또는 직무수행요건을 기술한다고 보통 정의한다. 취준생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안겨주는 단어인 'spec'이 직무명세서에서 나온 용어이다.

 추상적인 용어가 반복되어 정의를 내리면 우리는 단어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학술적인 번역과 용어 사용은 우리의 일상 그리고 실무와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각설하고,

 이제 정말로 직무기술서와 직무명세서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구글신은 우리에게 정답을 알려준다.

구글신은 언제나 정답을 알고 있다.

 그렇다. 직무기술서는 업무설명서이다. 

 설명서라는 용어의 정의만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쉽게 무엇을 작성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설명서에는 제품을 소개하고 기능의 명칭을 알려주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또한 유의사항에 대해 주의를 시키고 보증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설명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자기기의 설명서 뿐만 아니라 보통 매뉴얼이라고 불리는 게임의 설명서도 있다. 우리가 만들 업무 설명서는 게임 설명서와 유사한 것이 좋다. 초급자에게는 튜토리얼이라고 말하는 초급자용 설명서가 주어지거나 체험할 수 있게하며, 중급자와 고급자에게는 그에 맞는 설명서가 주어지게 되는 게임 설명서의 내용은 직무기술서에 우리가 기재해야 하는 것들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우리는 직무별로 하나의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고, 책 한 권 두께에 달하는 설명서(매뉴얼)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 직무기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내용은 모두 숙지하고 있는 경우 우리는 그를 고수 또는 전문가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맡고 있는 직무를 분할하여 설명할 수 있고, 활용방법에 대해 숙지하고 있으며 유의사항에 대해 주의하고 있는가? 이것을 모른다면 직무기술서를 찾아보고 직무기술서에 설명이 자세하지 않다면 자세하게 만들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직무기술서와 더불어 직무분석의 결과물인 직무명세서는 무엇일까?

 직무명세서 또한 업무설명서이다. 다만, 직무기술서와 다른 점은 직무명세서는 조직(회사)의 외부 사람들을 대상을 만드는 설명서라는 점이다. 따라서 직무기술서는 내부 직원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도구, 작업조건, 수행과업, 직무 수행 난이도 등이 기재되는 것이며 직무명세서에는 외부 인원에게 직무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도록 직무 수행에 필요한 자격요건에 중점을 맞추어 서술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직무기술서(업무설명서)에 대해 좀 달리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서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긴다. 직무란 무엇일까?

 보통 직무에 대한 설명은 동작을 뜻하는 요소(Element), 작업을 말하는 과업(Task), 직위(Position), 직무(Job), 직군 이런식으로 우리가 수행하는 업무의 단위를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단위까지 분할한 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재조직한 단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이미 잘 구분되어 정의되어 있는 직무를 분석해서 기술서와 명세서를 작성해야 한다니, 내가 다니는 직장은 그렇게 체계적이지도 않고 직무도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직무분석은 매번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직무는 별 다른 개념이 아니다. 조직 내에서 한 사람이 하루 8시간, 주 40시간 1년 동안 하는 일의 총집합을 말한다고 생각하면 가장 이해하기 쉽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조직에서는 일반적으로 인사관리 전공서적에 써있는 직위(Position, 한 개인에게 할당된 과업의 집합)가 바로 직무라고 생각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실무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성공적인 직무분석을 수행해보자

 우선, 직무분석의 결과물인 직무기술서는 업무설명서라는 것을 잊지 말고, 직무라는 것은 한 개인이 수행하는 업무의 집합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해보자. 그렇다면 우리가 직무분석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하는 산출물은 조직 내 구성원이 각자 수행하는 업무의 설명서를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하는 것이다.

 딱 여기까지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직무분석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무분석 이후의 업무를 최종 목표로 삼고 과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중간 중간 만들어져야 하는 중요한 산출물들이 직무급, 직무평가 등의 기초자료로서 활용가능한 수준으로만 작성되는 것이다.

 역할과 책임을 구분하고, 직무의 수준을 평가하고 각 직무에 맞는 인원을 배치하고 급여체계를 연동시키는 것. 이 모든 일은 직무분석을 통해 업무설명서가 작성되고 나면 그 이후에 생각할 일이며, 꼭 해당 업무들이 연계되지 않아도 좋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에게는 업무수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설명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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