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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사노무

승진; 보상의 확대가 아닌 역할의 변화가 핵심이다.

by MIR.K 2021.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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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르 대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거푸 과장 승진에서 누락되었다. 개인시간도 줄여가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조직에 헌신하며 일을 해왔고,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아쉬움도 크게 다가온다. 직장 내에서 심심치 않게 주식으로 누가 얼마를 벌었다. 부동산 청약 대박이 났다. 비트코인으로 떼 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승진을 하는게 나에게 무슨 이익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미르 대리는 승진을 위해 계속 노력을 하는 것이 맞을까? 

 2021년 초에 사람인에서 직장인 1,1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승진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인원이 46.8%에 달한다. (2021.1., 출처: https://url.kr/58fbml) 승진보다 워라밸이 더 중요해진 시대에서 조직은 승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어떤 승진제도를 도입해야 개인과 조직을 모두 만족시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 수 있을까?

승진은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일까

 

1. 승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 보상으로서의 승진

 승진에 관한 언론기사, 연구동향 등을 보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단어는 '차별', '공정성' 이다. 우리 사회는 승진을 바라볼 때 공정함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경영이론 중 공정성에 관한 이론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분야는 보상(주로 임금) 부문이다.

 공정성에 관한 이론(by 아담스(J. S. Adams))에 대해 알아보면 개인은 공정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불공정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동기부여가 되며, 동기부여가 되는 정도에는 개인의 투입(노력 등)과 산출(급여, 승진 등)의 관계가 영향을 미친다.

공정성이론 도식

 공정성 이론에서는 직장 내 종업원은 준거인물(조직 내 타인: 승진자)로 설정한 인원과 자신의 비교를 통해 불공정함을 느끼는 경우 불공정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행위를 한다고 주장한다.

 불공정성을 줄이는 행위는 ①투입의 조정 ②산출의 조정 ③인지적 왜곡(자기합리화) ④장 이탈 ⑤준거인물의 투입과 산출 변경 ⑥준거인물 변경 이렇게 6가지가 있는데, 김미르 대리가 승진심사에 불공정함을 느꼈다면 그 중 첫 번째인 투입 조정(노력의 감소)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승진이 보상(급여의 인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구성원들의 직무의욕(동기부여) 측면을 고려할 때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2. 경력개발 측면에서의 승진

 승진은 보통 급여의 인상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승진을 통해 직무내용이 변화하고 권한과 책임의 크기가 증가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종업원이 원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직무내용의 변화와 적절한 권한, 책임의 증가는 개인의 성장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이런측면에서 볼 때 승진은 개인의 경력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조직 차원에서 개인의 경력개발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Career Development Program(CDP)가 있다. 개인이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의 경력 개발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제도로서 우리나라의 경우 IMF 이전에 대부분의 기업이 적극적으로 도입하였으나 IMF 및 글로벌 금융위기(2008) 등의 이후로는 인재를 조직 내에서 양성하기보다는 외부 노동시장에서 인재를 확보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기업차원의 경력개발지원은 최근 구성원의 역량 강화 보다는 전직지원프로그램(Outplacement program)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기업 내 구성원(개인)들도 조직에 헌신하기 보다는 자기개발을 통해 외부 노동시장에서의 본인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우선순위는 1위가 자기개발(33.2%)이며 승진은 5위(8.7%)에 그쳤다. (출처 : https://url.kr/852gmo)

 개인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승진을 하는 것은 이제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도 재태크보다 더 나은 선택이 아닐 수 있으며, 더 나은 경력을 가지기 위해서도 직장 외에서의 자기개발 비해 크게 메리트가 없어보인다.

 

3. 승진의 유형

 그렇다면 승진은 기업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승진의 유형을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승진은 ①직위승진 ②직급승진 ③자격승진 ④대용승진이 있다.

 우선 ①직위승진은 간단하게 말하면 팀원이 팀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말하며 권한의 상승을 목적으로 한다.

 다음으로 ②직급승진은 사원-대리-과장-차장... 순으로 직급의 상승을 가져오는 것을 말하며 승진에 따른 권한 변동은 작은편이고 급여의 인상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은 직급체계를 축소하고 직위와 직급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③자격승진은 직무수행능력을 기준으로 등급을 구분하고 종업원의 자기개발, 숙련도 증가 등으로 직무능력이 올라가는 경우 상위 직무등급으로 승진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자격승진의 경우도 권한의 증가 보다는 임금의 인상을 목적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④대용승진은 권한, 직무내용 및 급여에 아무런 변화가 없이 호칭(명칭)만 변경되는 것을 말하며, 영업직원의 경우 고객의 신뢰감 제고 등을 위해 사원을 대외적으로 대리 또는 과장으로 부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4. 의미 있는 승진 제도 운영; 승진은 역할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대용승진은 왜 사용하는걸까. 인사관리 전공서적 등을 보면, 유교문화권에 속하며 체면을 중시하는 나라에서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많이 활용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실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 대용승진은 체면의 문제와는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우리가 승진이라는 제도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한다.

 외부업체와 관계 설정을 위해 미팅을 하는 경우나 또 협업을 하게 되는 경우에 우리는 사소한 일부터 중요한 일까지 시시각각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마주한다. 그럴 때 직급(직위)가 낮은 직원과 소통을 하는 경우 그 직원은 상급자에게 보고 후 의사결정을 받아 메시지를 전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업무에 속도가 나지 않고 메시지 전달과정에서 오류가 생기기도 쉽다.

 단지 대표가 오면 좀 더 우리 기업과 협업에 신경을 쓰고 있고, 사원이 오면 협업에 신경을 안쓰는 구나 하고 '유교적'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업무구조(의사결정 구조) 상 직급이 높은 사람을 더 신뢰할 수 밖에 없고 직급이 높은 사람과 같이 일을 할 때 더 효율적으로 업무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상위직급자와의 협업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예) 사장 나오라고 해

 나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승진을 외부적 시각으로 바라본 결과라고 생각한다. 상위직급자는 (의사결정) 권한이 크고 업무에 좀 더 자율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외부사람과 협업을 할 때 그 사람의 직급에 따라 얼마나 급여를 많이 받는지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지만, 그 사람의 직급에 따른 권한과 자율성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조하리의 창에 대한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설명할 때 내가 설명하는 나와 남이 설명하는 나에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기 마련이며, 어떠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평가는 '남'이 하는 것이다.

 나는 '승진' 이라는 제도에 대한 개념도 내부적 시각 보다는 외부적 시각으로 바라볼 때 좀 더 정확한 본질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promote는 승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pawn(체스 말, 왼쪽 하단)이 queen(체스 말, 오른쪽 상단)으로 변화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승진을 영어로 번역한 promotion, 그 동사형인 promote는 승진한다는 의미가 가장 주요한 뜻이지만, 체스에서 폰이 퀸으로 변화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승진은 급여의 인상(보상)이 없어서는 안되겠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조직 내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시키지 못하며 보상은 언제나 공정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보다 승진을 통해서 기업이 해야하는 것은 승진을 통한 확실한 개인의 역할변화와 업무 자율성과 권한의 증가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의 부여이며 그것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조직 또는 직무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에서 승진은 역할, 권한 등에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구성원의 직장생활과 업무에 변화는 없고 승진 이후 사내 규정 등에 따라 약간 인상된 급여수준으로는, 자기개발을 통해 기본적으로 본인의 가치를 높여나가며 외부노동시장에서 훨씬 큰 보상수준을 바라고 있는 직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승진을 통해 확실하게 개인이 한 단계 더 나아진 느낌이 들게할 수 있다면, 마치 게임을 하며 우리가 레벨을 올리듯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조직의 구성원들은 자기개발의 일환으로 승진을 생각하며 업무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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